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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

흙집 거주 8년차가 말하는 흙집의 장단점

오늘날 흙집에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이론보다 훨씬 와 닿는 게 바로 경험담이자 생생한 후기일 터, 실제 주위에 흙집을 짓고 사는 분들을 수소문했다. 그런데 마침 가깝고도 (물리적으로는)먼 곳에서 벌써 8년째 흙집에서 살고 계신 분이 있었다. 바로 제주환경운동연합 오영덕 공동의장이다. 그에게 흙집에 관해 궁금한 점에 대해 답을 청했다.


흙집을 짓기 전에는 어떤 주거 형태에서 사셨나요?


제주도 중산간 목장지대 작은 돌집(12평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습니다.


흙집을 알고 짓게 된 계기는?


우연한 기회에 강원도 시골에 갔다가 구들방에 머무른 적이 있었습니다. 아궁이에 직접 불을 지피니 굴뚝에서 나온 연기가 주변에 가득 찼어요. 그런데 그 연기냄새가 순간적으로 저를 수십 년 전 어린 시절의 구들방으로 데려갔어요.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휩싸였습니다.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뜨끈한 구들방에서 하루를 지내면서 결심했습니다. 흙집을 짓고 구들방을 만들자!


‘목천흙집’을 지은 것 같습니다. 여러 종류의 흙집 중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목천흙집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집이에요. 흙벽 중간중간에 끼어있는 통나무가 수축팽창을 하며 틈이 벌어집니다. 그 틈은 단열에 큰 영향을 끼치지요. 그럼에도 목천흙집을 지었던 건 흙집이 주는 자연스러움을 살리고 싶은 욕구가 더 컸기 때문입니다. 단열은 추가 작업을 하면 해결되지만 한번 건축된 집의 자연스러움은 추가로 공사한다고 생겨나는 게 아니지요. 목천흙집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스러움을 살리면서 단열을 위한 추가 작업을 진행해도 다른 흙집보다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10여 년 전의 얘기입니다.


목천흙집 제작과정 / 사진=영상역사관


직사각 형태가 아닌 원형의 집이라 불편한 점은 없나요?


저는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때 얻어야 할 것 포기할 것에 대한 구분이 분명한 편입니다. 원형집이 주는 평안함과 부드러움을 얻었고 집안에 놓아야 할 여러 가지들을 포기했지요. 대신 원형에 의미를 부여했어요. 원 일곱 개를 별이라고 생각했고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집을 짓는다는 걸 아이들과 공유했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별 하나 씩을 갖는 거지요. 방의 서까래도 24절기를 의미하는 24개로 맞추었습니다. 어떤 형태가 중요하기보다 얼마나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의미로 만들어 가느냐의 문제인 듯합니다.


둥근 흙집에 산다는 건 삶의 방식도 어느 정도 바꾸어야 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각진 집 구조가 상징하는 시스템화 된 가구나 여러 도구들은 원형 집에 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필요하면 직접 만들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르고 그 수고로움을 즐기지 않으면 불편하기 그지없는 집이 됩니다.


건축하는 과정에는 어느 정도 참여했나요?


흙집을 짓겠다고 결심하면서 전라도로 가서 두어 달 흙 건축 현장에서 배웠지요. 그리고 돌아와서 설계하고 필요한 나무자재(주로 서까래용) 수백 본의 껍질을 그해 겨우내 벗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틈틈이 목공작업을 배우러 다니는 일을 병행했지요. 이듬해에 3개월여에 걸쳐 흙 건축을 배웠던 분들과 같이 기본 틀을 세웠습니다. 이후 직접 할 수 있는 목공작업 등은 직접하고 전기, 설비 등은 부탁하면서 1년여에 걸쳐 대략적인 마무리를 했습니다. 집을 짓고 한동안 집 지어달라는 부탁이 끊이지 않았지만 사실 전 제가 살 집이 필요했던 것이지 목수는 아닙니다. 지금은 망치질도 제대로 못 하는 예전으로 회귀했지요.


건축에 소요되는 비용은 일반 주택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요?


수백 가지 자재가 들어가는 건축에서 단순 비용비교는 쉽지 않습니다. 흙 건축만 보아도 스트로베일 하우스에서는 미국식 시스템창호를 쓰지만 목천흙집에서는 전통창호를 선호합니다. 가격비교 자체가 무의미하지요. 어떤 자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입니다.


직접 살아본 흙집의 장점은?


집에 있을 때는 잘 모르는데 다른 집에 들어가면 답답하고 냄새나서 불편한 경우가 많아요. 특히 아파트에서는 숨이 막히고 화학재료들 냄새가 너무 심한데 정작 사는 분들은 못 느끼더군요. 건강한 삶에 관심이 큰 분들에게 흙집의 장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직접 살아본 흙집의 단점은?


흙집의 모든 것은 기존 건축시스템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최근에 방을 조금 고쳤는데 도움을 받을 사람이 거의 없어서 결국 직접 할 수밖에 없었어요.


단열이나 보온은 어떤가요?


필요하면 기존 단열재를 벽에 추가로 시공하면 됩니다. 단열이나 보온은 선택의 문제이지 집 자체의 문제는 아닙니다. 흙벽이 추우면 한지도배를 두어 겹만 해도 큰 차이가 납니다. 저희 집은 일반적인 단독주택에 비해 따뜻한 편입니다.


흙집, 추천할만한가요?


직접 지을 수 있는 분이면 흙집에 사는 게 좋겠지요. 건축은 못 하지만 흙집에 살아보고 싶은 분은 구들이 깔린 황토방 한 칸을 집 옆에 지어놓고 생각날 때 황토방으로 건너가면 되겠지요. 처음부터 맡겨서 흙집을 짓겠다는 접근은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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