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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

흙집의 종류와 장단점

가장 값싼 건축 자재로서 시멘트 사용이 시작된 이래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순식간에 잿빛이 됐다. 그러나 시멘트는 그 생산에 많은 양의 에너지가 사용되고 수명도 짧다. 또한, 각종 폐기물을 사용하여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중금속 문제의 불안함 그리고 시멘트 건축물을 꾸미기 위한 내장재의 새집증후군 등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 대한 우리의 걱정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다시, 사람들이 흙으로 눈을 돌렸다. 흙은 인체에 해가 없을뿐더러 철거 시에도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가기에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 혹자는 흙집이 견고하지 못해 위험하지 않으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멘트의 역사는 고작 200년이지만 흙집의 역사는 수천 년에 달한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기인지우일 뿐이다.


사진=영상역사관

 

어떤 흙집을 지을 것인가?


주로 벽체를 쌓는 방식에 따라 구분하는 흙집의 종류를 살펴보자.


△담틀집: 나무판이나 철판으로 틀을 만들고 그 사이에 흙을 넣어 다진 뒤 이후 틀을 제거하여 벽체를 만드는 방법을 사용한다. 벽체가 매우 견고하며 틀을 이용한 덕분에 벽체 표면도 매끄럽고 평평해 별도의 미장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흙을 틀 안으로 올리고 다지는 과정에서 중장비가 필요하다.


△흙부대집: 흙을 넣은 부대자루를 쌓아 벽체를 만든다. 부대자루를 쌓아 만들기 때문에 곡선의 집도 원한다면 가능하다. 다른 흙집 건축법과 달리 반죽이나 흙 배합 과정이 필요 없으며 공정이 매우 쉽고 빠른 것이 장점이다. 다만 담틀집처럼 매끄러운 벽을 만들기는 쉽지 않으며, 공정과정에서 흙부대가 조금씩 튀어나올 수 있어 미장으로 최대한 처리해야 한다.


△흙벽돌집: 볏짚과 모래, 진흙 등 재료를 잘 반죽한 뒤 벽돌 모양의 틀에 넣어 다진 후 말려서 만든 벽돌을 이용해 지은 집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어 온 방식이다.


△심벽집: 전통적인 초가나 한옥의 구조로, 나무로 기본 골격인 기둥과 보를 세우고 벽체를 대나무나 잔가지로 심을 엮은 후 황토를 바른다. 다른 흙집 공법에 비해 벽체 두께가 가장 얇아 단열이 비교적 약해 요즘은 2중벽으로 시공한다.


△볏단집: 심벽집과 비슷한 형태로 볏단을 쌓은 후 그 위에 흙을 바르는 공법을 사용한다. 미국과 뉴질랜드 등지에서도 볏짚을 압축하여 쌓은 후 흙을 발라 짓는 흙집이 유행인데 스트로베일(Straw Bale) 하우스라 불린다.


△장작목집(목천흙집): 벽체를 쌓을 때 사람이 손으로 직접 흙반죽과 함께 통나무를 쌓아 두들겨 다지며 짓는다. 순수한 흙과 나무만을 이용, 원형을 기본으로 시공하여 벽체가 잘 쓰러지지 않고 견고하며 내부 습도 조절에 탁월하다. 그러나 원형이라 공간 이용에 제약이 있으며, 통나무와 흙 사이의 틈이 생기기 때문에 완공 후 1년여 정도는 이 틈을 잘 메워주어야 한다


스트로우 베일 하우스 ⓒphilipp

 

흙집, 나만의 집을 찾아


시중의 흙집 관련 서적들이나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 본인의 방식이 최고라 자부한다. 이는 모두 맞는 말이다. 어느 집이나 일장이 있으면 일단이 있으니, 결국 자신에게 가장 맞는 집이 최고의 집이기 때문이다.


사실 ‘흙집을 짓겠다!’고 재료를 선정하는 건 그저 길고 지난한 선택 과정의 시작일 뿐이다. 우선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한 뒤 그에 맞는 건축법을 선택해야 한다. 이후에도 굳이 한 가지 방식을 취할 필요는 없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을 응용할 수도 있으며 현대 건축 자재를 흙집의 장점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차용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탄생하는 것이 바로 ‘나만의 집’이 아닐까 한다. 나만의 집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단점도 불편함도 모두 나의 선택이자 나만의 집을 만들어가는 또 다른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자유로운 게 바로 흙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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